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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2-08-17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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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산불, 한사람이 시작하고 만명이 끝냈다

기사입력 2020-04-29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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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안동시 풍천면에서 발생했던 산불은 사흘 밤낮없이 안동의 봄을 유린했다. 산불은 산림만 훼손한 것이 아니다. 코로나 19로 가뜩이나 위축된 시민들은 거대한 산불의 위협에 또 한 번 가슴을 쓸어내렸다.
 


인명피해가 없어서 다행이라지만 자연도, 가축도 엄연히 귀한 재산이다.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한 사람으로 인해 비롯된 일이고 보면 참으로 황망스러운 노릇이다.

 

산불은 공식적으로는 불머리부터 불꼬리까지 모두 진화됐다고 한다.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여전히 불씨가 남아 있다는 우려 속에 소방당국은 야간에도 뒷불 감시 대원을 편성했고 낮에는 구역별로 나눠 뒷불 감시 책임을 맡겼다. 그야말로 끝나야 끝나는 것이 화재다.

 

알려진 산불 피해는 산림 800ha, 주택4동, 창고3동, 축사3동(돼지 폐사 800두), ․비닐하우스 4동 등이다. 물적 피해는 정밀조사 후라야 정확한 집계가 가능하겠지만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으로도 엄청난 피해다.

 

산불 진화에 동원된 인력과 장비 또한 상상 그 이상이다. 24일 산불 발생 이후 27일까지 투입된 인력만 9천여 명이다. 뒷불 감시 등 후속 활동을 위해 계속해서 인력이 동원된다고 보면 그 수는 족히 만 명이 넘고 봉사자를 더하면 그 이상이다.

 

안동시청 공무원들은 산불 소식과 함께 비상 소집된 이후 새벽부터 밤까지 산불 현장에 매달렸다. 경상북도와 인근 지자체 공무원 수백 명도 원정을 왔고 의용소방대원과 군인, 경찰들의 댓가없는 생고생은 겪어 보지 않고는 모를 일이다.

 

둥원된 장비 규모도 그 수가 만만찮다. 진화 헬기 84대, 소방 지휘차 15대, 진화 차량 133대, 소방차 431대, 경찰 차량 80대가 산불 기간 내내 현장을 날고 달렸다.

 

산불은 그들만이 끈 것도 아니다. 대한적십자사 봉사대원들은 5천 그릇이 넘는 밥을 지었고, 안동시 자원봉사센터에서도 급식 자원봉사로 힘을 보탰다.

 

안동경찰서, 안동소방서, 안동시체육회, 안동시시설관리공단, 농협중앙회 안동시지부와 지역농협, 안동시산림조합, 라이온스클럽, 로타리클럽, 청년회의소, 생활개선회, 새마을부녀회 등을 비롯하여 기관과 단체, 기업, 개인에 이르기까지 모두 다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곳에서 자원봉사로, 용품지원으로 산불 진화를 도왔다.

 

산림헬기는 기체가 흔들릴 정도의 위험한 강풍에도 공중진화를 위해 비행하고 있다.

 

이뿐인가? 산불과 대치하는 지상 대원이나 강풍의 위험 속에 연신 계곡을 비행한 공중대원들은 언제나 목숨을 걸어야 한다. ‘병산서원’을 지키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이 뜬눈으로 밤을 보냈고 시설공단 직원들은 맨몸으로 ‘낙암정’을 구했다는 후문이다.

 

안동경찰서 직원들은 불이 번진 요양병원 환자를 밤새 이송했으며 공무원들은 눈이 찔리고 멍이 들어도 견뎌냈다. 이런 진화대원들의 사투와 봉사대원들의 헌신 덕에 유례없던 산불도 결국 불꼬리를 내린 셈이다.

 

대형 산불은 피해도 컸지만 가르침도 남겼다. 도둑 한 놈을 만 명이 모여서도 잡기 힘들다는 속담을 증명했고 한 명의 무책임이 도시 전체를 망하게 할 수 있다는 교훈을 일깨웠다. 비단 산불에만 국한될 리 없다. 잔인한 4월이다.

안동/이대율 기자 (gbinews947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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