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보도한 「'지역상권 활성화'를 외치던 구미시… 공공시설은 대형 판매장으로」기사에 많은 시민들이 공감의 뜻을 보내왔다.
시민들이 문제 삼은 것은 단순히 판매행사 하나가 아니었다.
"왜 하필 박정희체육관이었느냐."
바로 그 질문이었다.
구미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단순한 역사 속 인물이 아니다. 대한민국 산업화와 경제성장을 상징하는 인물이자, 오늘날 구미국가산업단지의 태동과 도시 발전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상징적인 존재다.
그래서 구미시는 매년 박정희 대통령 탄신제와 추모제, 정수대전 등 다양한 기념사업을 이어오고 있으며, 박정희 생가와 역사자료관, 새마을운동 등 관련 역사자산을 지역의 중요한 정신적 자산으로 계승하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시설 가운데 하나가 바로 박정희체육관이다.
이곳은 단순히 체육시설이 아니라 구미의 역사와 산업화의 상징성을 함께 담고 있는 대표적인 공공시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우수중소기업 및 우리농산물 박람회'는 행사의 내용보다 장소 선택이 더욱 큰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행사는 지역의 대형 방송사 후원으로 부산에 주소를 둔 업체가 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중소기업 판로 확대와 농산물 판매를 위한 행사의 취지는 충분히 존중받을 수 있다. 문제는 행사 자체가 아니라, 구미시가 이러한 판매행사를 박정희체육관에서 개최하도록 허가한 행정적 판단이다.
더욱이 행사장에서는 지역 전통시장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농산물은 물론 돌침대와 의료기기, 이불, 행주, 식품류 등 다양한 생활용품이 판매됐다. 여기에 도심 빈 창고와 빈 점포를 활용한 유명 스포츠 브랜드 할인판매 행사까지 이어질 예정이라는 사실은 지역 소상공인들의 우려를 키우기에 충분했다.
지역상권 활성화를 시정의 핵심 과제로 내세운 구미시라면 이러한 행정 결정이 지역 상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먼저 고민했어야 한다.
특히 김장호 구미시장은 취임 이후 여러 차례 박정희 대통령의 도전정신과 산업화 정신을 구미 발전의 중요한 가치로 강조해 왔다. 산업도시 구미의 정체성을 이어가고,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개발 정신을 오늘날의 미래산업과 연결하겠다는 시정 철학도 밝혀왔다.
그렇다면 박정희라는 이름이 붙은 공공시설을 활용하는 데 있어서도 그에 걸맞은 역사성과 상징성을 더욱 무겁게 받아들였어야 한다.
공공시설은 법적 절차만 갖췄다고 해서 모든 판단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역사성과 상징성을 가진 시설일수록 행정에는 더 높은 수준의 공공성과 품격이 요구된다. 시설 임대가 가능하다는 규정 이전에 "이 공간에서 이 행사를 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라는 고민이 먼저 있었어야 한다.
행정의 책임은 허가 여부만이 아니라 시민 정서와 도시의 정체성까지 함께 살피는 데 있다.
이번 논란은 특정 행사를 반대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박정희체육관이라는 상징적인 공간이 앞으로도 각종 판매행사의 장소로 활용된다면 그 공간이 지닌 역사적 의미와 공공성은 점차 희석될 수 있다는 시민들의 우려를 행정이 가볍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역경제를 살리는 정책은 계속되어야 한다. 중소기업 지원도 필요하고 농산물 판로 확대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 정책이 지역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보호라는 또 다른 정책과 충돌해서는 안 되며, 역사성과 상징성을 가진 공공시설까지 그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박정희 대통령을 기념하는 것은 기념식과 추모행사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 이름이 붙은 공간의 가치와 품격을 지켜내는 것 역시 후손들의 몫이며, 무엇보다 행정이 먼저 실천해야 할 책임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구미시는 역사성과 상징성을 가진 공공시설의 임대 기준과 활용 원칙을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
박정희체육관은 누구나 물건을 팔 수 있는 판매장이 아니라, 구미의 역사와 자존심을 상징하는 공공자산이기 때문이다.